죽은 애인이 살아 돌아오는 전승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부활에 관한 이야기도, 괴물이 낯선 이의 모습을 흉내내는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늘 문밖에 있는 것은 괴물이고, 문안에 있는 것은 인간입니다.
이번 역시 고전을 따르면 됩니다.
<<3번 치는 종>>
거리 곳곳에서는 썩은 내가 나고, 고통받는 자들의 원성이 매일 밤 왕의 목 밑을 긁습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아니, 이 나라의 만백성이 알고 있을 터입니다.
나라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충성을 바치기로 맹세한 이 나라의 왕은, 어느 깊은 밤 당신을 첨탑으로 불러냈습니다.
당신은 최근 애인을 기묘한 사건으로 잃었다는 침음을 삼켜내며, 그 부름에 응합니다.
첨탑의 꼭대기를 핥는 광풍이 심상치 않습니다.
썩은 잎사귀들이 바람 군데군데 걸려 있고,
창문이 덜컹대는 소리는 마치 사람들의 절규 같기만 합니다.
그런 첨탑의 꼭대기에서, 미친 왕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친 왕:왔느냐. 나의 가장 충성스러운 신하여. 나를 부축해다오.


실핏줄이 터져 흰자위를 얼룩덜룩하게 물들인 그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 눈동자에서 예전과 같은 총기와 권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지독한 것이 그 안을 메우고 있습니다.
어지러운 바람에 이 나라의 명운처럼 흔들리는 등불만이 당신과 왕을 희미하게 비춥니다.


그가 가리킨 곳에는 알 수 없는 악취를 풍기는 오물이 쌓여 있습니다.
벌레가 바람을 피해 산만히 돌아다니며, 여러 색으로 더럽혀져 있고,
원본을 짐작할 수 없되 썩은 소의 사체만큼 거대한 흉물입니다.

바닥에는 피로 그려진 소환진이 있고, 이런 광풍에도 휘날리지 않는 기이한 흰색 보로 덮여 있습니다.
이것을 목격한 당신,

| 기준치: | 40/20/8 |
| 굴림: | 3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그가 메마른 목으로 뱉는 말은, 정해진 사실을 읊으라고 강요하는 목소리와 같습니다.
그가 주름진 손가락으로 자신을 부축한 당신의 팔을 긁어내립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이거나 경일 필요는 없으니.
나는 미친 탓에 악마와 계약을 맺은 모양이다.
이 나라의 고름을 끌어안고 처형당할 ‘괴물’을 받았거늘.
귀애하는 나의 경…. 자네는 ‘괴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잘 생각하게. 이 내기에서는 한 사람만의 생각이 중요하니까.
대답을 들은 그가 광포한 웃음을 터트립니다.
그렇게 메마른 육신으로부터 터져나온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진득한 웃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순식간입니다.

그가 마른 팔을 번쩍 치켜들어 꺼낸 날카로운 비수로, 자신의 다른쪽 팔을 찍습니다.
몇 방울 되지 않는 피가 흘러내립니다.
바닥의 기묘한 소환진에 그것이 닿으면, 응답하듯 그렇지 않아도 광포하던 바람이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납니다.
그렇습니다. 이는 폭풍우입니다.
온갖 삿되고 불온한 것들이 입을 열기 시작합니다.
무언가를 축복하는 듯하며, 무언가를 저주하는 성싶습니다.
온갖 벌레들이 몰려들어 바닥을 빼곡히 메우고,
첨탑을 잘라낼 것만 같은 첨예한 바람이 세상을 뒤덮습니다.
그 사이에 물 비린내가 간간히 섞입니다.
때를 맞추어, 오물 덩어리가 들썩입니다.
말라 비틀어진 올리브 나뭇가지 더미와 속이 빈 무화과 껍질이 나동그라집니다.
벌레가 그것들을 전부 갉아먹습니다.
오물 덩어리에서 일어난 무언가는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본질은 전혀 인간적이지 못한 것들 뿐입니다.
폭풍우 속에서 태어났으며 온갖 낮고 더러운 것들의 숭배를 받는 저것은
필시 형용할 수 없는 공포, 혼돈, 죄악. 이름 모를 괴물입니다.

이 ‘괴물’은 삼일 뒤, 모든 원죄를 지고 침음하는 백성들 앞에서 처형당할 것이다.


실로 기적같은 일이 아니느냐?
그 대가 역시 간단하도다. 삼일 동안 ‘괴물’의 모든 요구를 들어줄것, 그리고….
앙상한 갈퀴 같은 손이 당신의 어깨를 단단히 틀어쥡니다.
미친 왕의 등 뒤로, 비바람 쏟아지는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비추어진 그것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것도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분명… 몇 주 전 사별한 당신의 애인입니다.
그것이, 아니… 그가 당신을 보고 희미하게 미소짓습니다.

그리곤 입을 여는군요.

오물 속에서 일어난 것과 달리, 그 목소리는 당신이 기억과 한치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정각마다 순금으로 빚은 거대한 종을 울려 주시지요.
종 소리가 세 번 지나가고 나서, 아메데 크리스토가 그때도 나를 ‘괴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왕이시여, 당신이 바라시는 모든 원죄를 떠안고 처형당하겠나이다.

(분노하는 눈길로) 로위나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날 현혹하려 하는 건가. 괴물.
댕- 하고. 종이 울립니다.
이 거센 폭풍우를 뚫고도 들릴 만큼 크고 깊으며 느린 종소리입니다.
그가 아주 느릿하게 고개를 들며 아, 하고 감탄합니다.
그 움직임이 마치 정말 살아있는 인간과 같아, 당신에게는 오히려 부조화를 느끼게 합니다.

첫번째 종이 울렸군요... 아메데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허락해 주시지요.
왕은 저 더럽고 삿된 것에게서 얼른 멀어지고 싶다는 듯, 흔쾌히 발을 뗍니다.


네가 저것에게 흔들리지 않을 것을 알고 있노라. 대화해본다면 더욱 명확해지겠지….

이내 왕의 마른 고목 같은 몸이 첨탑을 먼저 내려갑니다….
이제 이 불길함으로 가득찬 공간에는 오직, 괴물과 당신 뿐입니다.

표정 풀게.
나를 무척이나 보고 싶지 않았어?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

이런 내기라니. 잔혹하기 짝이 없군....

(장갑을 낀 손으로, 검지로... 네 턱을 들어 올린다.) 그래서, 대답은?



죽은 진짜 로위나가 본다면 나까지 저승으로 잡아가겠지. (허탈한 웃음..)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하나.

부르는 것은 마음대로 해. 괴물이라고 해도 좋아!





끝이 없어 보이는 계단을 내려갑니다.
또각, 또각... 그 구두소리마저 익숙합니다.
정말 살아 돌아온 것 같은 착각이 들어요.
사실은 전부 꿈은 아니었을까요.
그 모든 것이 꿈이고, 이것만이 진짜였다면...

| 기준치: | 40/20/8 |
| 굴림: | 89 |
| 판정결과: | 실패 |
요구를 들어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로위나의 손을 잡고, 에스코트하며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것은.
둘은 거리를 걷습니다.
망해버린 나라의 풍경입니다.






투둑, 비가 떨어집니다.
날이 빠르게 저물었습니다.
로위나의 뺨이 젖어들고, 머리카락이 붙습니다.



길에서 헤어집니다. 당신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아침이 밝았습니다.
새벽같이 먹구름을 닮은 불길한 검은 연기가 나라 곳곳에서 피어오릅니다.
말라비틀어진 시체를 태우는 것일 텝니다.
아침 일과를 마친 당신에게, 은쟁반에 편지를 담은 시종이 공손하게 다가옵니다.
시종:…로위나님이 전하라 하셨습니다.

그것보다 무슨 편지지. (펼쳐보며...)
[은쟁반 편지]
나의 저택 안 화원에서 마시던 차가 그리워.
초여름의 안개꽃은 여전하려나?
당신이 보고 싶으니 나와주게.
시종:화원에서 기다리고 계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시종:This message has been hid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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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message has been hidden.
그 괴물이 바라는 것은 로위나와 당신이 간직하던 추억의 재현인 것 같습니다.
그럼 당신이 그 괴물을 로위나로 착각하기 더 쉬워질 테니까요.
하지만 당신은 그리 만만하게 휘둘릴 사람이 아닙니다….
우선, 화원으로 나갈까요?

로위나와 당신만이 알고 있는 화원은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세상과 공간을 단절하듯 두텁게 쌓아올린 덤불이 짙은 초록색 그늘을 만듭니다.
무엇보다 멋진 것은, 화원 안쪽의 푸른 빛으로 빛나는 호수이고요.
작은 크기이지만 꽤 깊어서 뱃놀이도 즐길 수 있습니다.
이 작은 낙원은 나라가 망해가는 와중에도 평화롭군요.
현실에서 눈을 돌리기 딱 좋은 장소입니다.
특히나 저 존재 때문에 더욱이 그렇습니다.

]화원 안쪽의 티 테이블에 그가 앉아 있다가 당신을 반깁니다.

옷은… 평소 그가 즐겨 입던 옷이고.
티 테이블 위에는 당신이 평소 로위나와 즐기던 티 테이블 메뉴가 그대로.
근사하게 차려져 있습니다. 그의 맞은편 자리가 비어 있네요.

















사실은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여기로 불렀지.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예전에 호수에서 함께 뱃놀이 했던 것을 기억하나?


시종들이 호수에 작은 배를 띄우고 있습니다.
시종들을 마치 제것인 양 부리는 것까지. 정말 로위나와 한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머지 않아 뱃놀이가 준비됩니다. 사공은 필요 없습니다.
작은 배에 탄 로위나가 손가락을 까닥이면, 잔잔하던 호수에 물결이 입니다.
당신과 그만이 마주 보고 탄 작은 배가 서서히 호수로 나아갑니다.
배가 호수의 정중앙에 이르렀을 무렵. 그가 당신을 바라보고 웃습니다.



갑자기 물결이 출렁거립니다.
평소보다 깊은 호수의 한 가운데란 말이에요.
이러다간 둘 다 빠질지도 모르겠어요.

같이 빠져 죽기라도 하자는 건가.



금방이라도 배를 전복시킬 것 같던 거센 출렁임이 잦아듭니다.

방금은 전부 농담이야, 아저씨.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어.



(머리 길어지는지부터 살피며....)
길어지지 않습니다.
머리카락까지도 완벽 재현했을지는 모르는 일이죠...


진짜....로위나인가?
아니면......

내가 온 나라의 시름과 고난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그 고통을 끌어안고 처형 당한다면 나라의 어둠이 전부 사라지려나?
마녀가 된 것 같은 기분이군!

정말 자네가 로위나... 라면. 왜 하필 자네인가. 왜......

그 빌어먹을 왕 말이야!



| 기준치: | 40/20/8 |
| 굴림: | 3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다시금 물결이 거칠게 출렁입니다.
호수의 물을 바라보면, 어느샌가 작은 배의 모든 면에 창백한 손이 빼곡하게 달라붙어 있습니다.
마치 우리를 추앙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현명한 판단을 재고하라는 듯, 미심쩍은 말을 던졌습니다.
당신이 승리하길 바라느니 어쩌니 해도. 실은…
그 뜻은 다른 데 있던 게 아닐까요?
그것은 결국 온갖 더러운 것들에서 태어난 괴물이니까요.

| 기준치: | 40/20/8 |
| 굴림: | 99 |
| 판정결과: | 대실패 |
이성 -3
고개를 한 번 털어내고 나면. 호수를 빼곡히 메웠던 시체들의 창백한 살결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로위나가 유유자적하게 배를 다시 호수의 한켠으로 끌고 갑니다.
그러나 아직 땅을 딛기에는 조금 거리가 모자랍니다. 왜죠?


괴물이 아니라면 지금 말해 주게. 그렇다면 너를 죽게 만드는 선택지는 사라질 테니. 죽고 싶지 않지 않은가.

(양 팔을 네 목에 감는다. 가볍게 입을 맞춘다.) 나는 괴물이야. 그러나 로위나이기도 하지.
(주위 시종들의 눈치를 살피는 듯... 눈을 굴리더니.) 글쎄, 나는 더 바랄 건 없어. 그대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어서 기뻤거든.
외로운 무덤보단 이게 더 재밌긴 하군.
그러더니 로위나는 만족스럽게 뭍에 배를 댑니다.


내가 보고 싶었을 테지.

(잡은 손을 놓기 전, 쪽지를 은밀히 손바닥에 밀어 건넨다.)

(뾰족한 구둣발로 발을 밟히면서도 아픈 내색 하지 않았다. 슬픈 눈으로) 차라리 날 저승으로 같이 데려가지 그랬나. 나는 자네가 죽었을 때 시체를 보존해서 계속 함께할 생각까지 들었네만....
(쪽지를 받아 든다. 무슨 내용일까...? 펴 본다)
(몰래..)
로위나는 한 번 더 당신을 꼭 끌어안고 떨어집니다.
그는 당신에게 쪽지를 건네주었음을 내색하지 않고,
왕이 붙인 시종들과 함께 마차를 타고 떠나갑니다.
쪽지의 내용을 비밀스레 확인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늘 밤, 몰래 내 별장으로 와..」
밀회를 청하는 쪽지입니다. 어떻게 할까요?

깊은 밤. 당신은 연인의 밀회에 응하여….
아니, 괴물의 밀회에 응하여 로위나의 저택으로 향합니다.
짙은 구름이 달을 거의 집어 삼키고 있습니다.
어젯밤과 다를 바 없는 빗방울 섞인 거친 바람에 나무들이 몸을 떱니다.
주인을 잃은 KPC의 저택은 짧은 시간 사이,
생기를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2층 창문으로 그가 보입니다.
당신이 이 폐저택에 들어서는 걸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가 웃으며 말합니다.



그래도 그대가 날 위해 슬퍼하는 건... 역시 나쁘지 않군, 마음에 들어.



위로 올라갑니다.
축축한 냉기를 머금은 목재 바닥이 불길한 끼익끼익 소리를 냅니다.
복도에는 등불이 겨우 밝혀져 있습니다.
KPC가 손수 밝혔을까요.
복도에 걸린 못보던 [그림]이 눈에 띕니다.

커다란 액자에 걸린 그림입니다.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한 악마가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악마에 관한 이야기 중 그런 이야기가 있지 않던가요.
악마와 계약한 자의 끝이 좋을 수는 없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하지만 세 번 종이 친 뒤에,
탐사자가 여전히 당신에게 괴물인지, 아닌지 묻는 내기에는 당신이 잃을 게 조금도 없어 보이지 않던가요.
이 내기에 어떤 사특한 함정이 숨어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익숙할 KPC의 방문을 열면, 안은 당신이 기억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되레 생경할지도 모릅니다. 모순적이네요.
가벼운 잠옷을 입은 로위나가 [침대]에 앉아 있고, 맞은편에 당신을 위한 의자가 있습니다.
[창]을 앞에 둔 [책상]은 창문을 활짝 열어둔 탓에 온통 젖은 채입니다.



자연스레 로위나와 대화를 시도했을 테지만...)
(주변을 더 살피려 든다... 침대부터 만지며. 진짜 로위나라는 확신이 들었다면 망설임 없이 침대로 올라갔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푹신하고 서늘한 침대입니다. 습기 탓에 축축합니다.
아스라이 사라져가던 추억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그때, 댕- 하고. 두번째 종이 울립니다.
나라 어디에 있든 잔인한 종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이제 내일 밤이면… 끝이군요.

(로위나의 몸을 가까이 끌어당겨 안는 한편. 창문을 바라본다)

열린 창으로 굵직한 빗방울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찾아온 이 하나 없이 텅 빈 저택 앞이 보입니다.
외롭고, 쓸쓸한 광경입니다….
무엇이 이 저택을 이토록 만들었을까요. KPC의 죽음?
…빗방울이 당신에게까지 튑니다.
창문을 닫아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추울 텐데 창문은 왜 열어 두고 있었지? 그래서 내 따뜻한 품이 그렇게 그리웠던 건가. (헛소리하며 열린 창문 탓에 비에 젖은 책상을 조사한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6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은 창문을 닫으며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창문은 이상하게도 바깥쪽으로 열려 있어서,
당신은 자연히 창문 밖으로 상체를 조금 내밀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면 나무 창틀의 바깥쪽, 선명하게 새겨진 손톱 자국이 문득 눈에 들어옵니다.
누군가 필사적으로 매달렸을 법한….
…이 저택에는 지붕에 떨어져 죽은 이가 있지요.
당신이 전해듣기로, KPC는 지붕 위를 미친 사람처럼 거닐다가 자살하듯 뛰어내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꼭… 살고 싶은 사람이 목숨을 걸고 매달린 흔적 같기만 합니다.

로위나. 이건 뭔가? 와서 좀 보게.

나의 화원도, 호수 한가운데도, 귀가 없는 곳이 없어 미처 말하지 못한 것이 남아 있다네.

비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그대가 이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믿는다면,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을 주지.

무엇을 주겠나.



나는 내일... 왕과 함께 하루종일 사치를 즐길 예정이야. 그 늙고 미친 왕은 괴물이 두려워 곁에 기사를 잔뜩 두겠지.
그리고 정확히 정각이 되는 순간, 그대와의 내기를 마치고 처형당할 것이야.
그때 시간이 있어. 성이 빈 사이, 성의 지하실 세 번째 문으로 들어가 보게.


이건 마치 왕과 당신의 사이를 갈라두려는 것만 같습니다.
괴물이 불온한 술수를 부리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고, 또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당신의 죽은 연인이 왜 이런 사특한 내기에 이용되어야 하는 걸까요.
그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 기준치: | 40/20/8 |
| 굴림: | 63 |
| 판정결과: | 실패 |



그대 말대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밤을 재밌게 보내는 것에 더 집중하는 건 어때.



두번째 종은 울린지 한참 오래.
이 밤이 영원하길 바랐나요?
그러나 시간은 흘러가고 맙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깹니다.
어젯밤이 오래된 일처럼 아득하기만 합니다.
온몸이 무겁고 뻐근하며, 침대시트는 악몽을 꾼 것처럼 땀으로 푹 젖었습니다.
무엇보다 거짓말 같은 것은… 텅 빈 당신의 옆자리입니다.
KPC가 침대에 누웠다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모습을 감췄습니다.
...
어쩌면 죽은 KPC의 모습을 한 괴물이 나타났다거나. 한 것들 따위는 전부 당신의 꿈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그저 연인을 잃은 광증으로 주인 없는 저택에 들어와, 차가운 침대에서 잠을 청했는지도 모르죠….
그런 희망을 빼앗아 가듯,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왕의 시종이 방 안으로 들어섭니다.
시종:폐하의 전언입니다.
폐하께서 오늘 밤 있을 괴물의 처형을 위해, 아메데 크리스토 경께 왕성으로 입궁하라 이르셨습니다.

(그 전에 지하실을 볼 수 있나?)
시종:This message has been hidden.
가능합니다. 왕성의 지하실로 바로 이동하나요?

도착한 왕성은 평소에 비해 경비경들의 수가 현저히 적습니다.
복도를 소리 없이 돌아다니는 시종들의 입이 바쁩니다.

| 기준치: | 20/10/4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실패 |
시종1:오늘 밤에 괴물을 처형한다는 이야기 들었어?
시종2:그럼, 그 이야기 때문에 벌써부터 첨탑 앞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잖아. 자정까지 첨탑 위만 올려다 볼 기세야.
시종1:이 나라의 모든 불운이 그런 괴물 때문이었다니. 심지어 로위나 님의 모습을 흉내내고 있을 줄이야….
외의 자세한 이야기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오늘 밤 있을 괴물의 처형 때문에,
첨탑 앞에 벌써부터 시민들이 몰려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역 죄수들을 수감해놓는 왕실의 지하 감옥은 언젠가부터 텅 비었습니다.
남은 백성들 가운데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린 아이를 보살피는 어미도 고깃덩어리를 훔쳐보았으며,
정육점 주인은 썩어 먹지 못하는 고기를 사람들에게 팝니다.
헐벗은 아이들은 주인 없는 시체에서 옷을 훔쳐 입으며, 인육에 손을 대는 이들마저 있습니다.
그러니 아무도 지하 감옥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모든 백성을 감옥에 집어넣을 수는 없는 꼴이니까요.
지하 감옥은 자연스럽게 [지하실]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늘 지하실 앞에 보초를 서던 경비병들이 있긴 했었습니다만, 오늘은 정말로 비었군요.
육중한 철문을 열고 지하실로 들어섭니다.
안은 다음 계단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하며,
그나마 입구에 썩어가는 기름을 태우는 랜턴이 빛을 밝히고 있습니다.
손잡이가 있어서 들 수 있습니다.
축축하고 서늘한 공기가 목덜미를 스칩니다.
물 비린내가 코를 찌르고,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벌레 흩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오감이 예민하게 곤두섭니다.
머지 않아 마지막 계단을 밟습니다. 죄수 없이 텅 빈 감옥은 공허하기만 합니다.

문이 세 개 있습니다. 어디로 향하나요?

첫 번째 문은 비어있습니다.

두 번째 또한 비어있습니다.

세번째 문 안으로 들어서면, 그 안 역시 다른 감옥과 마찬가지로 텅 비었을 뿐입니다.
KPC는 여기에서 무엇을 찾으라고 했던 걸까요.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5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왼쪽 벽에 희미한 빗금이 보입니다.
눈썰미가 아주 좋은 자가 아니라면 발견하지 못할 정도네요.
밀어서 열 수 있을까요?

당신이 벽을 힘주어 밀면, 벽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비밀문이었습니다.
끼이익. 하는 귀를 찢는 듯한 소음과 함께 왼쪽 벽이 조금 밀려납니다.
벽이 밀려나면서 미지근한 돌풍이 당신의 뺨을 어루만지고 지나갑니다.
바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끈적하고 불쾌한 감촉이었습니다.
대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좁은 길이 났습니다.
사용한 지 오래된 지하실에 이런 비밀 장소가 숨겨져 있을 줄은….
좁은 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물 비린내와는 다른 피 비린내가 물씬 풍깁니다.
나무바닥에 오랫동안 엉겨붙은 피딱지에서 나는 냄새입니다.
곪았고, 또 달큰합니다. 공기는 찝찝하게 미지근합니다.
머지 않아 어둠에 익숙해졌던 눈이 아릴 정도로 밝은 빛이 보입니다.
작은 방입니다. 바닥에는 피로 그린 [마법진]이 있고,
책상 위에는 너저분하게 흩어진 [고서] 여러 권이 보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커다란 [쇠 박스]입니다.
달큰하고 위험한 냄새의 근원지입니다….
무엇부터 살펴야 할까요?

마법진을 그린 피는 말라붙은 갈색입니다.
그 가운데에 남아 꿈틀거리는 것이 있습니다.

| 기준치: | 80/40/16 |
| 굴림: | 81 |
| 판정결과: | 실패 |
꼭 심장처럼 생겼습니다.
하지만 심장보다는 훨씬 작고, 무엇보다. 저것 혼자서 꿈틀거릴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저건 생명체일까요?
눈도, 귀도, 입도, 팔도, 다리도 없는 저것이?

눅눅하고 축축하며, 끔찍합니다. 당장 없애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어쩌면 로위나는 이것을 없애기 위해 지하실로 가라고 한 것이 아닐까요? 그런 생각이 듭니다.

푸직!
꽉 쥐는 것만으로 그것은 허물어졌습니다.
찜찜하군요. 이어 고서와 쇠박스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책등의 아교가 닳아 낱장이 흩어진 고서입니다.
대부분 읽기 어려운 언어로 쓰여 있으며, 문법 역시 엉망진창입니다.
읽을 만한 내용을 조합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습니다.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80 |
| 판정결과: | 실패 |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해독하는 데 1시간이 걸립니다.
중요한 내용이 담긴 종이 몇 장을 조합하는데 성공합니다.

이 페이지는 접혀 있고, 피가 튄 흔적이 있습니다.
적힌 내용이 어딘가 익숙합니다.
왕이 불러냈다던 악마는 아마 여기에 적힌 이드라 라는 악마일 것입니다.
고서의 주인이 명백해집니다.
그리고 KPC는… 당신을 끊임없이 현혹하고 흔들던 그는.
그러면서도 당신이 내기에서 이겼다면 좋겠다는 그는….
이드라의 자식일까요?
쇠 박스를 열면, 덮개의 아랫면에 [양피지] 몇 장이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덮개 안쪽에 가득 찬 것은. 사람의 시체입니다.
본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한 조각도 없기에,
이 시신이 몇 구에 이를지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박스 안에 꾸역꾸역 밀어넣어진 시체들은 달짝지근하고 불쾌한 냄새를 내며 부패해가고 있습니다.

| 기준치: | 40/20/8 |
| 굴림: | 55 |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은 당신이 무엇을 파괴했는지 이해했나요?

이성 감소 -3

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는다. 충성을 바친 대가가 이런 것이었나.) 왕궁으로 가야겠어. 이미 로위나가 해치웠을 것 같지만 나도 칼 하나쯤은 꽂아넣어야 마음이 편하겠군.
…당신이 그 작은 방에서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은 어느새 지하실 바깥까지 나와 있습니다.
랜턴 손잡이에 달라붙어 있던 새까만 기름 때가 당신의 손바닥을 더럽힌 채입니다.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네요….
창밖으로 떠오른 달이 보입니다.
아주 잠시 동안 그 방에 머물렀던 것 같은데, 어느새 시간은 늦은 밤입니다.
무언가에 홀린 것만 같습니다.

| 기준치: | 40/20/8 |
| 굴림: | 3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을 찾아 헤맸는지, 시종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당신에게 황급히 다가옵니다.
시종:,,,폐하께서 첨탑으로 급히 부르십니다.
괴물의 처형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품 안의 단도를 움켜쥐고는 따라간다.)
그렇군요, 시간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그리하여, 울룩불룩 부푸는 마음을 움켜쥐고서 첨탑으로 향합니다.
첨탑은 KPC가 폭풍우 속에서 태어난 바로 그곳입니다.
태어난 곳에서 죽으라니. 폐하께서도 얄궃습니다.
오늘도 바람이 거칩니다. 알이 굵은 빗방울이 뺨을 매섭게 때리네요.
이틀 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늦은 밤인데도 대낮처럼 환하다는 것입니다.
사방에 등불이 설치되어 있고, 사람들이 몰려나와 첨탑을 올려다봅니다.
사람1:오늘 괴물을 처형한다며?
사람2:그 괴물만 사라지면. 우리는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거겠지?
사람1:아아. 온 나라가 웃음으로 잠기던 그 아득한 시절이 정말로 다시…?
사람2:구원이다. 아메데님. 그리고 폐하를 칭송하라!
누가 폐하께서 광증에 빠지셨다는 헛소문을 퍼트렸는가!

(마음 같아서는 더 심하게 하고 싶은데 칼밖에 없는 게 아쉽구나...)
사람2:This message has been hidden.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복수를 다짐하며 첨탑의 길고 긴 계단을 오르는 와중,
위가 조금씩 더 소란스러워집니다
폭풍우의 거친 바람 소리나, 사람들이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소리와는 다릅니다.
이건…. 비명과 고함소리.
당신도 모르게 뛰듯 계단을 오릅니다.
숨길 수 없는 피비린내가 흙먼지를 덮고 풍깁니다.
그리고 당신이 첨탑의 꼭대기에 도착한 그 순간.
댕- 하고. 세번째 종이 울립니다.
종이 세 번 울렸습니다.
동시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KPC가 당신의 품에 쓰러지듯 안깁니다.
머리가 깨져서 피가 흐릅니다.
굳은 피가 속눈썹에 엉겨붙어 눈을 뜨는 것도 힘들어 보입니다.
첨탑의 모서리까지 물러난채, 어깻죽지에서 피를 줄줄 흘리는 미친 왕이 당신에게 외칩니다.

…바닥에 쓰러져 죽은 기사가 수십입니다.
KPC가 당신을 보고 어렴풋이 웃습니다.
그리곤 당신의 목에 팔을 두릅니다….
괴물의 힘이라기에는, 피가 묻고 살짝 떨리는 인간의 육신에 불과한 몸짓입니다.



아메데. ...나는 그대에게 여전히 괴물인가?
자, 어떻게 할까요? 종이 울렸습니다. 세 번이나 울렸지요.

(몸을 돌려 단검을 미친 왕에게 꽂아넣고는, 로위나에게로 몸을 돌린다.) 나 때문에 죽어서 이런 꼴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날 사랑하나.

왕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뜹니다.

물론이야, 아저씨. 이렇게 와줄 것을 알고 있었어.
당신은 그런 사람이니까.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건 그대밖에 없다는 것을, 늘... 말하고 싶었어.

첨탑의 대화는 아래 고스란히 들립니다.
충격에 빠진 사람들이 할 말을 잃고 웅성거립니다.
흐느끼거나, 절규하거나, 악을 쓰거나, 광기에 찬 웃음을 뱉습니다.
당신은 저 사람들을, 이 나라를, 그리고 당신의 왕을 배신한 것입니다.

당신의 손에 죽어가던 왕이 마지막 발악을 일으킵니다.
노쇠한 양손으로 단검을 들고, KPC의 등을 힘껏 찌릅니다.
마른 천같은 살갗이 갈라지면,
그 안에서 썩은 올리브 나뭇가지와 마른 무화과 껍질이 우수수 쏟아져내립니다.
솜이 터진 인형 같습니다.

긴 비명소리 끝에 우드득 소리가 들립니다.

KPC가 당신의 뺨을 양손으로 감쌉니다.
이마를 마주대고, 코를 마주대고, 입술을 겹칩니다.
입술을….
…….

이것은 키스가 아닙니다.
굵은 줄기가 목구멍을 타고 식도와 기도를 가득 메웁니다.
목울대를 부풀리고 살갗을 찢습니다.
짭짤한 피맛이 입안에 차오르고,
당신이 이 피맛에서 익숙한 과실의 향기를 느낄 즈음에는.
아. 그가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고 웃습니다.
입술이 피로 범벅입니다.
주변에 싸늘한 정적이 내려앉았습니다.
악마가 대가로 이 나라의 모든 신음과 고통, 그 생의 증거를 가져갔으니까요….
이 나라에서 ‘살아있는 것’은 이젠, 그와 당신뿐입니다.
하지만, 그래서 고통스럽습니까?
아니요. 오히려. 이 선택을 한 당신을 바라보는 KPC의 눈빛은.
꼭 당신을 지탄하는 것 같기보단 애틋하고 또 기특하다는 듯이….
아, 그렇군요.
KPC가 당신에게만큼은 ‘괴물’이 아니었던 것처럼,
당신 역시 그에게만큼은 영원히 ‘아메데 크리스토’입니다.
인식은 연속하고, 관계는 보답합니다. 그뿐입니다.
어디선가, 또 다른 비탄과 절망에 잠긴 미친 왕의 부름이 들리지 않나요….
『썩은 무화과 안에 생명이 영글었노라 .』
탐사자 생환, KPC 생환
보상: 되찾은 사랑?